겨울이 오면 잔디는 그냥 쉬는 줄 알았어요. 눈도 오고 땅도 얼어붙으니까 알아서 겨울잠 자겠지 했죠. 그런데 막상 봄이 돼서 보니까 잔디가 군데군데 누렇게 죽어 있더라고요. 그때 알았어요. 겨울철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요. 그 뒤로는 겨울이 오기 전에 꼭 챙기게 됐어요.

먼저 해야 할 건 마지막 잔디 깎기예요. 늦가을쯤 한 번 정리해 주면 좋아요. 너무 짧게 깎으면 서리와 추위에 약해지고, 너무 길게 남겨두면 잔디 속에 습기가 차서 곰팡이가 생기기 쉬워요. 저는 3~4cm 정도로 맞춰 깎았어요. 이 정도면 추위도 막아주고 공기도 잘 통해서 잔디가 숨을 쉴 수 있더라고요. 잔디를 깎고 남은 조각은 꼭 치워야 해요. 그냥 두면 썩으면서 병균이 생겨요.
두 번째로는 낙엽 정리예요. 낙엽이 쌓이면 잔디가 햇빛을 못 받아요. 그 밑에는 습기가 고여서 곰팡이와 벌레가 생기기 쉽죠. 귀찮더라도 낙엽은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쓸어냈어요. 저는 모아둔 낙엽을 퇴비로 써봤는데, 나중에 흙이 훨씬 좋아지더라고요.
세 번째는 잔디 위를 밟지 않는 것이에요. 겨울철에는 잔디가 얼어 있어서 겉보기엔 단단해 보여도 속은 약해요. 얼어 있는 잔디를 자꾸 밟으면 뿌리가 상해서 봄이 와도 다시 살아나지 않아요. 예전에 눈 쌓인 날 그냥 밟고 다녔다가 그 자국 그대로 죽은 자리로 남았던 적이 있어요. 그래서 요즘은 아예 잔디 위로는 안 다니고 돌아가요. 그게 훨씬 낫더라고요.
네 번째는 물 주기 관리예요. 겨울에는 잔디가 자라지 않아서 물을 자주 줄 필요는 없어요. 그렇다고 완전히 말라버리게 두면 뿌리가 손상돼요. 눈이 자주 오는 지역이라면 괜찮지만, 눈이 거의 안 오는 곳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는 가볍게 물을 줘야 해요. 저는 낮에 기온이 조금 올라갔을 때 줘요. 밤에 주면 얼어버리니까 오히려 해롭더라고요.
마지막은 비료 관리예요. 겨울에는 비료를 주면 안 돼요. 잔디가 영양분을 흡수하지 못해서 오히려 상할 수 있거든요. 대신 늦가을쯤, 추위가 오기 전에 인산이나 칼륨이 들어 있는 비료를 주면 좋아요. 뿌리가 튼튼해지고 겨울을 잘 버텨요. 봄이 오면 잔디가 더 빠르고 건강하게 자라더라고요.
이제는 겨울이 오면 ‘잔디도 쉬겠지’라는 생각 대신 ‘지금부터 준비해야 봄이 예쁘겠다’는 생각이 들어요. 처음엔 귀찮았는데 해보니까 확실히 달라요. 봄에 푸른 잔디를 밟을 때마다, 겨울에 조금 신경 쓴 게 참 잘한 일 같아요.